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전세사기 대책’을 두고 일각에서 여전히 부족한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증보험 가입 조건을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을 90%로 조정하더라도 보증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고, 감정평가 대신 실거래가를 우선해 주택가격을 산정하는 것도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앞서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전세가율 100%에서 90%에서 낮추겠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전세사기에 보증보험을 동원한 수법이 많이 쓰였다”며 “중개사나 임대차 계약 과정에 참여하는 자들이 보증보험 가입이 되는거니까 안심하고 계약하라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전세사기에 악용된 경우가 많아 90%라는 가이드를 설정했다”고 말했다. 보증보험 중 전세가율이 90%가 넘는 계약 비율은 24% 정도다.
하지만 집값이 내려가는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보증보험 가입 당시에는 전세가율이 90%를 넘지 않았더라도, 지금은 100%를 넘은 경우가 상당수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은 76.3%로 2013년 1월(74.1%)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전셋집을 낙찰받아도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80%도 안 된다는 것이다.
주택금융연구원은 앞으로 2년간 주택가격이 10~20% 하락할 경우 올해 하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전세계약 8건 중 1건은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추산했다.
이 때문에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한 전세가율을 90%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여연대는 “세금, 선순위채권, 대출 등의 부채비율을 고려하면 전세가율 보증 한도는 더 낮아져야 한다”며 “전세가율 70%까지만 보증하도록 범위를 제한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감정평가 대신 실거래가를 우선해 가격을 산정한다는 대책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세사기가 집중된 신축 빌라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정가로 주택가격을 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현재 실거래가 신고 시스템은 허술하다. 업자들이 만들어 내려고 마음먹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 실거래가”라며 “실거래가 신고 및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해 출시한 ‘안심전세 앱’도 조회 가능한 주택이 아직 많지 않은 것도 과제로 남아있다. 아직은 수도권 지역의 연립·다세대주택과 50세대 미만 소형아파트 정보만 나오고, 주거용 오피스텔과 지방 광역시 정보는 볼 수 없다. 시세 정보 검증 등을 이유로 정보 제공이 불가능한 주택도 상당수다. 신축 빌라의 준공 전 시세도 앱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정부는 오는 7월 앱을 업데이트해 부족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세종=심희정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