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 폭증에 고개드는 긴축 공포… 달러 다시 강세로

미국의 지난달 일자리 폭증 소식에 ‘긴축 공포’가 다시 불거지며 달러화가 강세(원화 약세)를 보였다. 미국 경기가 연착륙하지 않고 계속 고공 비행할 것이라는 ‘노 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까지 힘을 얻는 분위기다. 7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2.5원 오른 1255.3원으로 연이틀 1250원대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1260원 선도 뚫었다.

◇디스인플레이션, 3일몽(夢) 되나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 노동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월 취업자(농업 제외) 증가 폭은 51만7000명으로 전망치(18만8000명)의 약 3배에 육박했다. 실업률도 시장 전망치(3.6%)를 밑도는 3.4%로 1969년 5월 이후 5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실업률이 이렇게 낮으면 기업들이 사람을 뽑을 때 임금을 더 줘야 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시장에서는 지난 1일(현지 시각)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 둔화)’ 언급 이후 기준금리 인상 기조에 예상보다 빨리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란 기대가 우세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나온 ‘고용 폭증’ 성적표가 찬물을 붓는 모양새다. 임금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는 긴축 조치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아폴로 매니지먼트의 토스텐 슬록(Slock)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가라앉지 않는) ‘노 랜딩 시나리오’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시나리오대로라면 경제는 둔화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승 위험이 나타나기 때문에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위해 연준은 금리를 더 높게, 더 오래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JP모건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빅은 “1월 취업자 증가 수치로 연준의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은 시기상조란 우려가 커졌으며, 3월과 5월에 0.25%포인트 기준 금리 인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또다시 50만명 수준의 신규 고용이 나온다면 기준 금리 0.5%포인트 인상안이 3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테이블에 확실히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이 고점(高點)으로 삼는 최종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란 경고도 나왔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6일 블룸버그에 “1월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했다”면서 “연준은 시장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0.5%포인트 금리 인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비롯,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내 경기는 더 암울

미국 긴축 종료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2월 우리나라 경기 둔화는 한층 심화될 것이란 암울한 분석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발간한 ‘경제동향 2월 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고 내수 회복세도 약해지면서 경기 둔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엔 ‘경기 둔화 가시화’란 표현을 썼는데, 이번엔 ‘경기 둔화 심화’로 바꾼 것이다.

KDI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경기 둔화가 반영되면서 고용 증가세까지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미국 금리 인상 추이나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속도가 향후 국내 경제 동향에도 주요 변수가 될 것이란 게 KDI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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