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자녀 입시비리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한 법원의 1심 판결문 상세 내용이 7일 알려졌다.
A4 용지 375장 분량에 이르는 판결문에는 조 전 장관의 주요 혐의에 대한 재판부의 법적 판단이 상세하게 서술돼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3일 재판에서 자녀 입시비리 혐의 7개 중 6개,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감찰 중단 압력과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600만원 수령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가족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이 증거로 제시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민씨는 2016년 5월 노환중 당시 양산부산대병원장이 지정기부한 장학금 200만원을 받고, 두 달 뒤인 7월 지도교수에게 “교수님 성적 나왔는데 ㅠㅠ 다른 두 과목은 괜찮고 각론 1을 예상대로 엄청 망…꼴등했습니다 ㅠㅠㅠㅠ”라는 문자를 보냈다.
조씨는 그해 10월에도 장학금 200만원을 받았는데, 당시 가족 채팅방에 “제가 (장학금) 수상받으려 지나가는데 교수님들이 ‘아버지랑 많이 닮았네’라고 말씀하셨다”고 언급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부담되겠지만 할 수 없느니라 ㅎ”라고 답했다.
조씨는 또 2017년 3월 16일 가족 채팅방에 “(부산대 의전원) 노환중 교수님이 장학금을 이번에도 제가 탈 건데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고 조용히 타라고 말씀하셨음!”이라고 전했다. 그러자 어머니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ㅇㅋ. 애들 단속하시나 보다. 절대 모른 척해라”라고 했다.
한편 노환중 교수는 2017년 5월 10일 조 전 장관에게 “민정수석 임명을 축하드립니다. 저는 양산부산대병원을 위해 2년 더 봉사하게 됐습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조 전 장관도 “감사합니다. 원장님도 더욱 건강 건승하십시오”라고 답신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민정수석 취임 이후인 2017년 5월 이후 수령한 장학금 600만원에 대해 뇌물 및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법원은 뇌물에 대해 직무관련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선 “민정수석이 장학금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반복적으로 받아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판결문에는 조 전 장관을 향한 재판부의 질타가 이어졌다. 재판부는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당시 저명한 대학교수로서 사회적 영향력이 컸던 피고인에게 요구되던 우리 사회의 기대와 책무를 모두 저버리고 오로지 자녀 입시에 유리한 결과만 얻어낼 수 있다면 어떤 편법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대학교수라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두 자녀의 입시가 이어진 수년간 같은 종류의 범행을 반복했고, 피고인이 직접 위조하거나 허위 발급받은 서류들을 제출하는 위계(僞計·거짓으로 속임)를 사용하고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등 시간이 갈수록 범행 방법이 더욱 과감해져 갔다”고 꼬집었다.
또 “이 범행으로 각 교육기관의 입학 사정 업무가 실제 방해됐고 입시제도의 공정성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음은 물론, 피고인 가족을 둘러싼 의혹들로 인해 극심한 사회적 분열과 소모적인 대립이 지속됐다”며 “범행 결과와 이에 따른 피고인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했다.
장학금 수수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고 국정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민정수석의 지위에서 어느 공직자보다도 공정성과 청렴성에 모범을 보였어야 할 책무가 있었다. 그런데도 자녀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이란 명목으로 적지 않은 돈을 반복 수수해 스스로 직무상 공정성과 청렴성을 의심받을 행위를 한 점에서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은 법정에 이르기까지도 객관적인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그 잘못에 여전히 눈감은 채 진정한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에게 그 죄책에 상응하는 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질타했다.
권남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