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③ 편에서 계속
장상식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의 대화는 한국 무역의 현황과 특징을 넘어 올해 무역 전망으로 넘어갔다.
—올해 무역 전망은?
“세계경기 선행지수를 보면 당분간 수출 감소세는 불가피하다. 주요국의 경기침체, 각국의 고물가와 긴축정책,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으로 글로벌 교역량이 둔화될 전망이다. 그래서 상반기에는 수출 감소폭이 크겠으나 하반기에는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연간 수출이 작년보다 4% 내외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수입은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수출 감소와 국내경기 둔화로 작년보다 8% 정도 감소할 전망이다. 그래서 올해 무역수지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면서 연간 약 160억달러 정도 적자가 날 것으로 본다. 작년 475억달러 적자보다는 적자폭이 큰 폭으로 줄어든다.”
—무역수지가 2년 연속 적자가 나는 상황은 얼마만인가?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과 1997년 이후 처음이다.”
—수출이 이렇게 되면 외환시장도 영향을 받지 않나?
“악영향을 미친다. 다만 외환은 경상수지에 더 영향을 받는다. 해외 가공‧중계무역이나 해외 투자소득도 있어서 경상수지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흑자를 유지할 것 같다. 작년에 무역수지가 472억달러 적자였는데도 경상수지는 흑자였다. 다만 흑자폭은 과거에 비해서 많이 줄었다.”
수출 감소로 성장률 악화 전망
—올해 수출 품목 가운데 어떤 부분이 잘하고 어떤 부분이 부진할까?
“선박, 2차전지의 수출은 20% 내외 증가할 전망이다.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도 5%의 견조한 증가세가 예상된다. 반면, 반도체, 석유화학, 석유제품, 철강, 가전 등은 단가하락과 공급과잉으로 올해 수출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경제가 1.7%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전선에 이상이 생기면 성장률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다른 조건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하면 올해 수출이 1%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이 대략 0.25%포인트 낮아진다. 올해 수출이 5% 내외 감소한다고 하면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정도 낮출 것으로 생각된다. 이만큼 수출이 우리경제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는 중간재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에 세계경기의 영향을 많이 탄다. 그래서 세계경기의 변화가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이 경제전망을 할 때 이미 이러한 점을 모두 감안했을 것이다.”
2023년 무역 변수①
:반도체 경기
—올해 한국 무역을 좌우할 변수를 몇가지 든다면?
“첫째, 반도체 경기, 둘째, 중국의 위드코로나 영향, 셋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중국 갈등 등 지정학적 요인, 넷째, 그린전환 이슈이다.”
하나씩 물어보기로 했다.
—반도체 경기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올해 1분기 중에 PC D램과 서버 D램의 가격이 2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D램 가격도 소폭 하락할 전망이다.
다만 서버용 CPU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는 인텔이 오는 5월쯤 출시할 신제품이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서버 CPU 교체 수요를 자극하며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반도체 수출이 올해 전체적으로는 15% 감소할 것으로 보는데, 하반기에 어느 정도 살아날 것인지가 중요하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반도체 재고가 증가하고 있어서 생산 감축과 재고 조정으로 기업들이 대응하고 있다. 2023년 3분기 이후에는 반도체 수출단가 하락과 물량감소가 멈추면서 회복세에 진입할 전망이다. 그래서 올해만 잘 넘기면 내년부터는 당분간 계속 반도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반도체 경기 전망기관인 옴디아는 2021~2026년 반도체 시장 성장률이 메모리 6.9%, 비메모리 5.4%로 연평균 5.8%에 달해 장기 업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어려운 시기를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2023년 무역 변수②
:중국의 위드 코로나
—중국의 위드 코로나 영향은?
“위드 코로나로 중국 내수와 이동, 투자가 늘어나면서 한국산 소비재, 기계류, 석유제품 등의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의 중국 수출을 보면 중국 내수용과 중국의 대외수출용 비중이 과거 6대 4에서 8대 2로 바뀌어 중국 내수용 수출이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위드 코로나로 중국의 빗장이 열려 내수가 회복될 경우 중국 수출 감소세가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의 산업자급도가 향상되면서 중국 내수가 회복되더라도 과거만큼 대중 수출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
2023년 무역 변수③
:러·우 전쟁과 미·중 갈등
—세번째 변수인 지정학적 요인은 어떻게 봐야 하나?
“지난해 2월 하순에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에 걸쳐 종결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에너지, 곡물, 비철금속 등 가격이 다행히 안정은 되었으나, 전쟁이 지속되면서 향후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거나 세계경제의 수요가 위축될 여지가 있다.
미·중 갈등도 우리 교역의 주요변수이다. 물론 미·중 갈등 그 자체가 교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직 많지 않다. 지난해 미·중 교역은 76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여 양국 경제가 아직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 일본, 한국, 유럽연합이 중국에 수출한 반도체 장비 규모가 감소한 사례를 보면 미·중 갈등이 앞으로 한국 무역에 미칠 파급 효과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미·중 갈등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중국 이외로 향하는 해외 첨단기업을 한국으로 유치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ASML의 투자를 한국에 유치한 것처럼 말이다.
둘째,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핵심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에서 미국의 최대 협력 파트너라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이 점을 들어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를 피하면서, 미국 내에서 한국의 비즈니스 기회를 늘려야 한다. 미국처럼 한국도 중국의 공급망 리스크(불확실성)가 큰 만큼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이나 안전망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중국 흐름에 편승하라
—세번째 방법은?
“중국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중국의 생산기지 역할 감소와 미·중 갈등에 따른 공급망 블럭화로 중국의 매력도가 낮아졌으나, 미래의 제조강국이자 최대 시장인 중국의 매력은 여전하다. 반면, 중국이 이제 중간재 수출국으로 자리잡으면서 한·중 분업관계가 약화된 측면이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중국의 산업고도화 과정에서 한국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첨단반도체, 배터리 장비, 공작기계 등 첨단 산업을 개발해야 한다. 중국이 잘하는 것에 한국이 편승하는 수 밖에 없다.”
—편승이라니?
“예를 들면 중국이 세계 경쟁력을 가지는 제품에 한국이 부품을 납품하는 형태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2023년 무역 변수④
:그린 전환
—올해 한국 무역을 좌우할 네번째 변수인 그린 전환 이슈는 어떤 것인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생산과 유통 방식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기업들의 생존 이슈가 되어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그린 전환 때문에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에 이어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세의 경우 올해 10월부터 2025년까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한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가 시행되고, 2026년에는 플라스틱과 유기화학 제품의 포함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탄소국경조정세가 뭔가?
“우리 기업이 올해 6개 품목에 대해 유럽연합에 수출할 때에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얼마나 했는지 보고해야 한다. 2030년부터는 탄소가 배출이 되면 탄소의 가격만큼 세금을 매긴다.
2030년에 탄소국경조정세가 최종 시행되면 우리나라 석유화학은 수출액의 5%, 철강은 10%까지 탄소국경조정세 부담이 예상된다. 플라스틱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보다 중소기업 수가 더 많아 피해가 더 클 수 있다.”
RE100
—다른 사례를 들면?
“RE100(생산 과정에 필요한 모든 전기를 친환경 재생에너지만 사용)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되고 있다. 외국 바이어들이 이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향후 수출기업은 제품 생산을 위해 재생에너지만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을 바이어에게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재생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 점차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면 한전에서 전기를 팔 때 화력 발전에서 나온 전기인지, 원자력 발전에서 나온 전기인지, 재생에너지인지 구별해서 팔아야 하나?
“현재는 구별이 안된다.”
장 실장이 전기 분야 전문가는 아니라는 생각에 더 이상 상세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의무화 시행을 다소 늦추면서, 동시에 탄소배출 감축과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산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은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세계경제 전반에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한국 무역, 일본 따라갈 듯
올해 무역 전망과 변수에 대해서는 답변을 모두 들었다. 내년 이후 장기적인 추세는 어떻게 될까? 시각을 좀 더 넓혀 길게 보는 질문을 던졌다.
—장기적으로 보면 한국 무역은 어떤 추세를 따라가게 될까?
“일본을 따라갈 듯 하다. 일본 무역은 통관 기준으로는 적자이다. 하지만 해외투자를 많이 해서 해외생산이 많다. 그래서 해외 가공무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일본으로 송금해온다.”
—무슨 뜻인가?
“한국도 상품 통관기준으로는 일본처럼 수출 증가율이 점차 둔화될 것이다. 국내 인구고령화로 생산기반이 약화되는데다, 서비스업 비중 증가, 우리 기업의 해외 현지화 전략, 각국의 공장건설 요구로 해외생산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상품수출은 둔화될 수 밖에 없다.
반면 수입은 해외 진출 한국기업의 국내 반입 물량 증가, 국내 생산기반 약화에 따른 중간재 수입 증가로 수출만큼 둔화되기 어렵다. 수입 증가세 둔화보다 수출증가율 둔화가 더 커서 무역수지 흑자폭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안은?
“우리나라 통관 수출에 잡히지 않는 가공‧중계 수출을 늘리고, 해외직접투자에 따른 배당을 확대해 해외에서 창출되는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통관 수출에 잡히지 않는 가공‧중계 수출 규모를 추정해 보면 2016년을 바닥으로 점점 증가해 지난해 1000억달러 정도 된다. 해외직접투자에 따른 배당‧재투자 금액도 작년에 200억달러를 넘어서며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모든 나라들이 자기 나라에 와서 공장을 지으라고 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우리도 일본처럼 해외에서 만들어 해외에서 수출하는 것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나가서 벌어들인 돈을 한국에 들여와 무역흑자 축소분을 보충하는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정부 대응책①
:플랜트·원전·방위산업 수출 확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3가지이다. 첫째, 수출 품목을 다변화해 플랜트, 원자력, 방위산업 부문의 수출을 늘려야 한다. 플랜트는 최근 3년간 매년 약 250억달러를 수주했다. 금년에는 유가안정, 에너지 안보 수요 증가, 인프라 투자 확대로 최대 300억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원전이나 플랜트 공사는 대규모 장기자금 조달이 필요하고, 투자회수 기간도 길어 안정적인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 경쟁력 뿐 아니라 금융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금융산업을 어떻게 바꿔야 한다는 뜻인가?
“우리나라 금융회사 자본금을 확충해 대형화할 필요가 있다. 자금조달 기법도 해외 선진은행 것을 벤치마크해 배우고, 정부의 수출지원금도 늘려야 한다.”
정부 대응책②
:인력 문제 해결
—두번째 대응책은?
“인력 문제이다. 모든 기업이 지금 인력난을 겪고 있다. 조선산업에서는 생산인력이 없어서 배를 못만들어 정부가 외국인 인력 충원을 도와주는 상황이다.
기업에서는 인력을 구하는 남방한계선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충청도 이남에 공장을 지으면 생산인력을 구하기 어려우므로 생산인력 조달의 남방한계선은 충청도라고 한다. 연구인력 조달의 남방한계선은 경기도 판교와 기흥이다. 그 곳보다 더 남쪽에 공장을 지으면 연구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존 인력 운용상의 문제는?
“자동차 제조업체를 비롯해 많은 산업에서 경기 싸이클이나 소비자 수요 변화에 따라 생산이 탄력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주 52시간 근무 등 근로제도가 너무 경직적이다. 경기에 따라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고용하기가 쉽지 않으니,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기업들의 요구사항이다. 수출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부가 이 요구사항을 해결해줘야 한다고 본다.”
정부 대응책③
:투자 지원
—세번째 대응책은?
“투자활성화이다. 기술보호주의 등으로 각국간 첨단산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기업이 외국기업과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을 정도의 입지, 연구개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 OLED나 반도체 생산업체의 경우 중국은 토지와 용수를 지원하고, 원자재 및 장비 수입 관세를 100% 면제해준다. 그리고 일정기간 법인세를 전액 감면해주고 있다.”
—한국 정부는 어떤가?
“최근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1%포인트 낮추는데 그쳤다.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 유효세율은 각각 25.2%, 28.3%로 경쟁 글로벌 기업들인 대만 TSMC의 10.0%, 미국 인텔의 8.5%, 중국 SMIC의 3.5%보다 높다.
그래서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폭 높이지 않으면 반도체 투자 촉진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직 국회 통과가 되지 않은 상태여서 기업들이 국회 통과를 요청하고 있다. 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무역 동향과 전망, 대응책에 대한 긴 대화가 끝났다. 시각을 더 넓혀 세계 무역 동향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다.
☞ ①/③ 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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