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이해’, 이해 쉽지 않은 이 드라마를 왜 사랑하게 됐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어쩌면 끝내 속 시원한 해피엔딩을 보여주지 않은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에 허전한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왜 아닐까. 시청자들은 내내 숨바꼭질하듯 끝까지 숨어버리는 안수영(문가영)을 끝내 찾아내는 하상수(유연석)에 빙의되어 그 사랑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사랑의 이해’는 그런 쉽고도 어찌 보면 뻔한 멜로의 공식으로 끝을 맺지 않았다. 기약 없이 헤어졌지만 또다시 운명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걸어가며 서로에게 미소를 짓는 그 광경으로 끝을 맺었다. 그토록 감정이 휘몰아쳤던 그들은 어쩐지 편안해보였다. 그러면서 그들이 만나고 헤어졌던 그 순간들을 되돌려 “그 때 그랬다면…”하는 가정으로 가능했을 지도 모를 다른 결과들을 상상하고 그 이야기를 나눴다.

상수는 조금 주저하지 않았다면, 돌아서지 않았다면, 솔직했더라면, 다시는 도망치지 말라고 그냥 같이 가자고 그랬다면 어땠을까를 말했다. 수영 역시 조금만 더 기다렸더라면, 솔직하게 말했더라면, 나도 좋아한다고 같이 가고 싶다고 했다면 어땠을까를 말한다. 지나간 옛날 일이니까 그냥 가정을 통해 이 생각 저 생각해보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랬으면 결혼도 했을 지도 모르고 애기도 낳고 싸우고 이혼했을 수도 있으며 다시 화해하고 잘 살 수도 있었겠다고 그들은 농담처럼 가볍게 말한다.

“그런 상상해도 특별한 건 없네요?” 수영의 말은 사실이다. 사실이다, 그토록 죽을 것처럼 사랑하고 운명의 상대라 생각한 사람 앞에서 열병을 앓았지만, 그렇게 해서 결실을 맺는다고 해도 그 이후의 사랑은 굉장히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영의 그 말에 상수는 역시 상수다운 이야기를 던진다. “그게 사랑 아닌가? 별거 아닌 걸 함께 하는 거.”

‘사랑의 이해’는 현실적인 사랑이야기로 시작했다. 즉 사랑을 한다 해도 각기 다른 처지와 현실을 마주한 그들 앞에는 보이지 않는 선들이 있고, 그걸 넘어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수와 수영의 사랑은 끝없이 엇나간다. 상수는 이름처럼 그 자리에서 변함없는 사랑을 보내고, 도망치고 숨어버린 수영을 끝내 찾아내지만, 그렇게 다시 만난 수영은 또 다시 숨어버린다. 마치 끝없는 숨바꼭질 같은 사랑의 엇나감이 ‘사랑의 이해’를 가득 채웠다.

‘인생의 한 시절에 서로가 있었다. 반했고 설렜고 어리석었고 후회했던 그 모든 순간은 결국 그리움이 되었다. 그 때의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 걸까? 이해한 걸까?’ 두 사람의 목소리가 겹쳐지는 내레이션 속에서 ‘사랑의 이해’는 질문한다. 그래서 이들은 과연 사랑한 걸까? 서로를 이해한 걸까? 모래성을 쌓아 놓고도 무너질 것이 두려워 스스로 무너뜨리곤 하는 수영과, 무너져도 끝내 다시 모래성을 세워 놓고 사진으로 그림으로 그 기억을 붙잡으려는 상수는 달라도 너무 다르고 그래서 자꾸 관계가 미끄러지지만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를 보고 웃을 수 있는 관계가 된다.

사랑은 어찌 보면 실체가 아니다. 그래서 잡을 수 없고, 서로 결혼한다고 해도 이뤄졌다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상수와 수영은 그래서 자신들의 사랑을 세 가지 ‘게임’ 속에서 풀어내곤 했다. 처음에는 ‘거짓말 게임’을 빌어 에둘러 서로의 마음을 훔쳐봤고, 그 다음에는 ‘진실 게임’을 통해 속내를 꺼내 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일종의 ‘가정법 게임’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한다. 그건 가정들이지만, 그 가정에 담긴 상상들은 이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생각하는가가 담겨 있다. 그것이 어쩌면 실체로 쥘 순 없어도 이들이 느끼는 사랑이 아닐까.

망각의 언덕을 오르다 수영이 문득 묻는다. “오늘은 뭘 잊었어요?” 아마도 사람들은 엇나간 사랑이나 그런 관계들이 주는 고통들을 잊기 위해 그런 길에 ‘망각의 언덕’ 같은 이름을 붙였을 테다. 하지만 수영의 물음에 상수는 “아무 것도…”라고 말한다. 그건 수영과의 일들이 이제 잊고픈 고통이 아니라 하나하나 기억해내고 싶은 ‘그리움’이 되었다는 걸 말한다. 그리고 드라마는 이를 통해 사랑은 어떤 엔딩으로 마침표가 찍혀지는 결말이 아니라 어떤 엔딩도 없는 기억 속으로 계속 이어지는 그리움이라고 전하고 있다.

드라마는 이야기가 끝난 후, 그간 이들이 함께 했던 은행, 바다가 보이던 연수원, 처음 엇갈렸던 호텔 커피숍, 호텔 커피숍 창으로 내려다보이던 사거리, 어느 골목길, 돌담길, 수영의 집 앞, 어느 공원길, 정동진역, 아이스링크, 모래성이 지어진 바닷가, 함께 걸었던 성곽길 그리고 망각의 언덕까지를 차례로 비춰준다. 화면은 하상수도 안수영도 없는 텅 빈 공간을 차례로 보여주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 안에서 두 사람이 함께 보냈던 시간들을 떠올리고 기억한다.

그리고 이건 이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그토록 시청자들을 열병 나게 만들었지만 이제 지나가버린 시간 속에 놓인 드라마를 아마도 앞으로 당분간은 조금 그리워하게 될 테니.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사랑이었다는 걸 그제야 웃으며 우리는 받아들이곤 하지 않던가. ‘사랑의 이해’는 겪을 땐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지만 지나고 나서 되돌아보면 그것이 사랑이었고 그래서 그 아팠던 기억조차 그리워하게 되는 그런 경험 같은 드라마로 남았다. 끝내 무너져버렸겠지만 사진 속에 남은 모래성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email protected]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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