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쇼트트랙 간판 황대헌(24·강원도청)이 중국으로 귀화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을 향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황대헌은 9일 서울 송파구 제너시스BBQ 그룹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 홍보대사 위촉식에 참석했다. 대한빙상연경기연맹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금메달리스트인 황대헌을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위촉식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황대헌은 린샤오쥔 관련 질문을 받았다. ‘최근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5차 대회)에서 임효준 선수가 활약했는데, 언젠가 한 번은 맞붙어야 할 텐데 어떻게 봤냐?’라는 질문에 황대헌은 잠시 침묵한 뒤 “아, 린샤오쥔 선수 말하는 거죠?”라고 운을 뗐다.
황대헌과 린샤오쥔은 껄끄러운 관계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활약했지만, 2019년 성추행 사건으로 관계가 완전히 틀어졌다. 린샤오쥔이 진천선수촌 훈련 중 바지를 내린 혐의로 법적 다툼을 벌였다.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이 사건으로 1년 자격정지를 받은 린샤오쥔은 베이징올림픽 출전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중국으로 귀화했다.
황대헌은 질문 속 ‘임효준’을 ‘린샤오쥔’으로 정정하며 “항상 생각하는 건 특정 선수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며 “그 선수(린샤오쥔)도 한 나라의 대표 선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특정 선수를 신경 쓰기보다는 제 게임에 집중한다. 늘 스타트선에 들어서면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 오는 3월 10~12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2023 ISU 세계 쇼트트랙 선수권대회를 개최한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동계올림픽을 제외하면 최고 권위의 대회다. 한국은 2001·2008·2016년에 이어 4번째로 대회를 개최한다.
윤홍근 빙상연맹 회장은 “황대헌은 2022 베이징올림픽에서 5000만 국민에게 희망과 기쁨, 열정을 안겨줬다”며 “베이징올림픽 최고의 영웅인 황대헌이 홍보대사 역할을 흔쾌히 수락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징올림픽은 편파 판정 시비로 어려움이 있었고, 황대헌이 큰 희생양이었다”며 “그런데도 쇼트트랙에서 가장 먼저 금메달을 획득하며 선수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줘 이번 선수권대회와 쇼트트랙을 알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홍보대사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황대헌은 “홍보대사를 맡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중대한 직책 맡겨주셔서 감사하고 성공적 대회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대헌은 베이징올림픽 남자 1500m 금메달, 5000m 계주 은메달을 획득했다. 컨디션 난조 등의 이유로 2022-2023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선 기권해 이번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권중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