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에 ‘0.5인분 전문점’이라고 적혀 있다. 최근 영업을 시작한 경기도 시흥의 중국요릿집 ‘쩜오각’이다. 상호에서 드러나듯 이곳 메뉴는 전부 0.5인분. 용량도 가격도 절반이다. 짜장면 한 그릇에 2900원. ‘0.5인분’을 앞세운 식당의 첫 등장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뜨겁게 회자됐다. “다 먹기 부담스러웠는데 이런 서비스를 원했다” 같은 글이 속출했다. 이곳 업주는 “상권을 극복하려 낸 아이디어”라며 “많이 먹기보다 조금씩 다양한 시식을 원하는 취향을 겨냥했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이 밖에도 유명 떡볶이집 ‘현선이네’ 등의 ‘반인분’ 가게를 공유하며 소식(小食) 경제를 확산하고 있다.
가구 수 감소 및 물가 상승과 더불어, 지난해 시작된 이른바 ‘소식좌(적게 먹는 사람)’ 열풍을 잇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방송인 박소현, 개그맨 김국진처럼 적게 먹고도 잘 사는 유명인들의 식습관이 큰 공감을 얻은 까닭이다. 환경오염 이슈도 트렌드를 강화했다. 방만한 식문화 대신 합리적 소비에 대한 갈구가 커지며 기업도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선주조는 기존 용량의 절반가량인 ‘와인 반병’을 출시했고, 도시락 브랜드 한솥은 밥양을 절반 가까이 적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중국 훠궈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가 반인분 메뉴를 내놓고, 일본 편의점 브랜드가 잇따라 초미니 도시락을 출시하는 등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과거 0.5인분은 1인분의 절반, 즉 능력 미달을 의미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인식이 바뀌고 있다. ‘부자는 됐고, 적당히 벌고 적당히 잘사는 법’ 같은 자기계발서가 속속 출간되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적극적으로 갈구하고 성취하는 육식계 대신 초식계 인간형이 늘면서 욕망의 감량(減量) 역시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균관대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안분지족의 웰빙을 추구하는 생활 양식이 전반적 가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